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김씨네이야기 ◀ 김씨네이야기 과 서영령은 당 노인의 인도를 받으며 산길을 올랐다. 김씨네이야기 ◀ 김씨네이야기 상당히 험한 산세였다. 골짜기 두개를 넘은 그들이다. 그들의 눈앞에 생소한 광경이 펼쳐지기 시작했다. “광산.......?” 김씨네이야기 ◀ 김씨네이야기 “그렇다. 지금은 폐광이나 다름없지만.” 높이 솟은 목책 주변으로 어슬렁거리는 관병들이 보였다. 김씨네이야기 ◀ 김씨네이야기 순찰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폐광이라 말했던 것처럼 관병들의 기강은 해이해질 대로 해이해져 있는 상태였다. 옮기는 발에는 기운이 없고, 병장기도 드는 둥 마는 둥 하고 있다. 별반 필요 없는 곳을 지키고 있다는 지겨움이 보는 사람에게까지 전해오고 있었다. “저곳인가요? 그 때 말했던 그 분이 계신 곳이?” 김씨네이야기 ◀ 김씨네이야기 서영령이 목책 옆을 따라 생겨있는 산촌(山村)을 가리켰다. 한 때 광산의 채굴에 힘입어 번성했던 마을은 이제 폐허나 다름없는 몰골이 되어 있었다. 몇 군데, 남아 있는 공방(工房)의 굴뚝들만이 가느다란 연기를 피워 올리고 있을 따름이었다. 김씨네이야기 ◀ 김씨네이야기 “맞다. 괴산 대장간, 문철공이 저기 있다. 솜씨 있는 놈이지.” 당 노인의 칭찬이다. 그렇다면 그 실력은 솜씨 있는 정도가 아닐 터다. 당대에 손꼽힐 장인임이 틀림없었다. 김씨네이야기 ◀ 김씨네이야기 산로를 따라 마을 쪽으로 향했다. 낯선 사람들이 오는 데에도 관병들은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. 하기야 수십 명 장정들도 아니고, 남녀 한 쌍에 노인 한명이 다 무너져가는 폐광에 무슨 볼일이 있을 진가. 몰락해 버린 산촌에 친척이라도 만나러 오는 것이라 생각한 모양이었다. 김씨네이야기 ◀ 김씨네이야기 마을에 들어오고 보니,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더욱 더 확연하게 다가오고 있었다. 기운 없는 촌민들, 파리 날리는 객점을 지나, 쇠락한 마을 구석진 곳 괴산(魁山)이란 간판이 걸린 대장간에 이르렀다. “문가 녀석아, 내가 왔다!” 김씨네이야기 ◀ 김씨네이야기 대장간 문을 부서뜨릴 듯 밀어내며 목소리를 높인다. 깡, 깡....... 김씨네이야기 ◀ 김씨네이야기 조그맣게 들려오는 망치질 소리. 당 노인은 기다리지도 않은 채, 성큼 성큼 안 쪽으로 걸어 들어갔다. 김씨네이야기 ◀ 김씨네이야기 “안에 있으면 대답을 해야 할 것이 아니냐!” 욕지거리부터 나오지 않는 것을 신기하다고 해야 할까. 김씨네이야기 ◀ 김씨네이야기 조심스레 따라 들어가는 청풍과 서영령이다. 대장간답지 않게 정돈 된 집기들과 깨끗한 가구들이 확 눈에 띄었다. 마당의 화덕, 망치질 소리 사이로 차분한 음성이 귀에 감겼다. “자네 왔는가?” 김씨네이야기 ◀ 김씨네이야기 조용한 성품이 그대로 드러나는 목소리였다. 당 노인만 보아 와서 그런지, 그처럼 차분한 목소리가 도리어 놀라울 지경이다. 정을 들고 무언가를 다듬는데, 티끌 같은 불꽃이 연이어 튀어 오르고 있었다. 김씨네이야기 ◀ 김씨네이야기 “조금만 기다리게. 다 끝나가니까.” 말을 하는 와중에도 고개를 돌리지 않는다. 그 움직이던 손을 멈추지 않았음은 물론이었다. 김씨네이야기 ◀ 김씨네이야기 그로부터 문철공이 몸을 일으킨 것은 한참 후였다. 그가 잘 개켜진 하얀 면포를 들어 얼굴에 맺힌 땀을 닦았다. “또 무슨 일인가. 해천창에 관한 일이라면 이젠 사양이야.” 김씨네이야기 ◀ 김씨네이야기 화덕에서 나와 일행이 있는 곳으로 걸어온다. 차가운 겨울 바람이 들어와 그의 몸 주위에 모락모락 솟는 김을 만들었다. “해천창보다 더한 일이지. 기다리게 만든 것을 후회할 걸.” 김씨네이야기 ◀ 김씨네이야기 당 노인이 청풍을 돌아보며 말했다. 그가 허리춤에 매달린 호리병을 한번 들이키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. 김씨네이야기 ◀ 김씨네이야기 “대체 무슨 일이길래 그러는가?” “사신검에 대해 들어봤지?” 김씨네이야기 ◀ 김씨네이야기 “물론 들어봤지.” “보고 싶지 않나?” 김씨네이야기 ◀ 김씨네이야기 “천하 장인으로서 당연한 일 아니겠는가.” “그것들이 지금 이곳에 있다면?” 김씨네이야기 ◀ 김씨네이야기 당 노인의 마지막 한마디는 결정타와 같았다. 차분하던 표정이 삽시간에 무너진다. 문철공의 시선이 청풍에 이르렀다. 그의 두 눈이 더할 나위 없이 커졌다. “설마!!” 김씨네이야기 ◀ 김씨네이야기 땀을 닦던 면포를 툭 하고 떨어뜨린다. 허겁지겁. 김씨네이야기 ◀ 김씨네이야기 허겁지겁이라는 표현이 옳다. 그의 눈이 며칠을 굶은 사람처럼 청풍의 검들을 훑어냈다. 당 노인이 그런 문철공을 보며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. “크크크. 어떤가? 놀랄 일이지?” 김씨네이야기 ◀ 김씨네이야기 “놀랄 일이다마다!!